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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개발 일기

신입 개발자가 처음으로 사고친 썰

by Kim Juhwan 2023. 11. 11.

 

 

컨디션과 공부자극 그래프

 

 

그날은 왠지 코딩을 하고 싶은 날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매일 나도 컨디션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극 또한 매번 다르게 느낀다.

아마 그날은 그 주기가 적절히 겹쳤을 때

컨디션도 좋은데 공부에 대한 자극 또한 상한가를 쳤을 때였다.

 

 

 

 

회사에 가서 코딩 좀 해볼까?

 

 

s..t.....a....y.......

 

 

처음에는 카페에 가서 코딩을 할까 생각했다.

"어라? 근데 생각해 보니까 회사에 가면 에어컨도 빵빵하고 눈치 안 보고 오래 있을 수 있잖아?"

(주말이었기 때문에 회사에는 사람이 없었다)

 

알고 있다.

주말에 자진해서 회사를 가는 바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말했듯이 내 컨디션과 공부자극이 최대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때 이 미친 짓을 멈췄어야 하는데... 🤦🏻‍♂️)

 

 

 

당시 코딩하던 나의 모습

 

 

사람도 없겠다 노래를 빵빵하게 틀어놓고 신나게 코딩을 했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코딩하는 나"에 취해 뿌듯함도 넘쳤고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로 끝날 줄 알았다.

 

문제는 집에 돌아갈 때쯤인 저녁 7~8시에 발생했다.

내가 당시에 인앱 리뷰 기능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이 기능은 '내부 테스트'에 앱을 등록해야만 테스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내부 테스트는 실제 운영 버전을 배포하는 버튼 근처에 있으며

페이지 또한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다.

 

 

내부 테스트 버전 만들기
프로덕션 버전 만들기

 

 

얼마나 비슷한지 사진을 첨부해 보았다.

물론 타이틀도 다르고...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다.

근데 당시에 나는 내부 테스트를 처음 써보는 거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집에 가기 전 내가 만든 인앱리뷰 기능이 잘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내부 테스트에 앱을 올리고 배포했다.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올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문제가 없을 거라...

문제가 없을..

문제가...

어?...

 

 

 

뭐지 이 수많은 크래시들은?

 

 

crash report가 미친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배포한 버전의 앱에서 몇십 건의 크래시가 올라왔다.

나는 내부테스트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다운로드한 거지?

 

"가슴이 철렁하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지금 주말인데 어떡하지?"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잘리는구나"

"테스트를 월요일에 할 걸, 아니 애초에 공부하러 나오지 말 걸"

"쓸데없이 주말에 공부한다고 나대서 화를 불러오는구나"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사고 친 것 같아요 으허엉허어어유ㅠㅠㅜ

 

당시의 내 모습

 

 

혼자 해결해 보려다가 이건 나 잘리는 건 고수하고

우리 서비스가 큰 타격을 입겠구나 싶어서 

안드로이드 팀 리더분께 거의 울다시피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 "oo님... 저... 아무개인데요..."

🧔🏻‍♂️: "?? 주말에 무슨 일이에요?"

😭: "저 사고 친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ㅜ 왈칵!!"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리더님과 통화하면서 하나씩 체크한 결과

나는 올바르게 내부 테스트에 앱을 올린 것이 맞았고

내부테스트에 앱을 올리면 구글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테스트 기기로 코드를 돌려보는데 (자동화)

우리 쪽 코드에 문제 있는 부분이 있어서 수십 건의 크래시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 실 사용자에게서 발생한 크래시가 아님)

 

 

 

하얗게 불태웠어...

 

 

진짜 얼마나 다행이던지 하...

운영 버전에 잘못 올린 게 아니란 걸 알게 되고 긴장이 쫙 풀리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집에도 못 가고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정말 운영 버전에 올렸다면 대형사고라 화내실 만도 했다.

하지만 리더님이 침착하게 지시하면서 문제 파악과 해결을 도와주셨고

끝나고 나서도 화 한 번 안 내시고 잘 타일러주시고 주말까지 나와서 고생하지 말라구 토닥여 주셨다.

혼날 생각에 떨고 있었는데 굉장히 감동받았다.. 랄까... 🙊

 

아무튼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는 한동안 주말에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공부는 역시 집에서 해야지!! 회사는 무슨 회사야!

아~주 가끔씩 삘 꽂히면 회사에 나가긴 하는데

로컬에서 코드만 수정하지 주말에 배포를 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고 있다.

 

 


💡 느낀 점

  • 과유불급
  • 배포는 한 주의 시작에 합시다.
  • 나도 나중에는 주니어를 포용해 줄 수 있는 리더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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