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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개발 일기

평범한 개발자이던 내가 이 세계에서는 PM?

by Kim Juhwan 2024. 10. 10.

 

 

 

 

 

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개발자의 삶

퇴근하고서는 PM의 삶을 살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서비스가

운 좋게도 현재 많은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1년 넘게 PM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B2B 서비스)

 

오더를 내리는 입장과 받는 입장

동시에 경험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오늘은 내가 느꼈던 괴리감을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볼까 한다.

 

 

 

 

조사를 할 시간에 빠르게 개발하면 안 될까?

 

 

앞서 말한 사이드 프로젝트 초기에 한 팀원과 의견이 맞지 않았던 적이 있다.

각자의 의견을 정리해 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팀원): UT와 시장조사를 해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디벨롭을 해나갈지 정했으면 좋겠어.

어떤 유형의 사장님들이 있는지 조사하고, 우리의 타깃은 그중 누구인지 정해서 개발하자.

 

👦🏻(나): 좋은 의견이야. 근데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해.

시장조사, UT 이런 것까지 챙기면서 하기엔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것 같아.

빠르게 디벨롭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실패한다면 재빠르게 다음 시도를 하면 안 될까?

 

팀원의 의견은 좋았으나 우리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팀원의 생각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런 통계 조사나 근거 없이 결정한다고?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개발을 맡게 되었다.

A처럼 만들어도 되고 B처럼 만들어도 되는 사안이 있었는데

실무진들 모두가 A가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윗선에서 내려온 결정은 B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최소한 사용자들의 통계도 좀 조사해 보고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렇게 결정해 버려도 되는 건가?

윗선분들의 생각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상황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순간 이 상황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내 사이드 프로젝트 때 일이 생각났다.

이해하지 못했던 팀원의 말을 내가 그대로 하고 있다니..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서로 이해가 안 간다고 하는 꼴이라니..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본인의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구나

 

어쩌면 윗선분들도 A처럼 가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다만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상 한정된 리소스로 진행하기엔 B가 맞다고 생각했을 거고.

나랑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틀린 게 아닌데

내 의견이 맞다고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그 포지션에 가면 나도 그들과 똑같이 판단할 거면서 말이다.

 

그때 미묘 복잡한 심정을 글로 담기 어렵지만

사무실에서 혼자 귀가 빨개질 정도로 진짜 부끄러웠다.

 

 

 

 

역지사지를 해보자

 

 

그 뒤로 나는 다른 직군과 협업할 때 그분들의 결정에 의문은 가지더라도

이해가 안 간다며 선을 긋지 않으려 노력한다.

 

디자이너가 UX를 포기하고 디자인한 데에는

백엔드 개발자가 비효율적인 모델을 설계한 데에는

C레벨이 그런 결정을 한 데에는

그들만의 이유와 고충이 있을 것이다.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역지사지를 해보자.

 



💡 느낀 점

  •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때로는 마케팅, 기획자, 디자이너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해당 포지션분들과 협업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 이건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이고
    이중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괴리감을 느끼는 일이 정말 자주 발생한다.
    지킬앤하이드가 된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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